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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영화

가장 현실적인 재앙, 문정희 김남길의 처절한 신파 영화 '판도라'

by 노래영 2020. 3. 17.

현실적인 재앙, 처절한 신파극

 

 문정희, 김남길, 김주현, 정진영, 김영애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판도라'는 현실적인 게 장점, 뻔하디 뻔한 신파가 단점인 영화다. 사실 뻔해도 너무 뻔하고, 진부해도 너무 진부한 이야기다. 철없는 아들, 안쓰러움을 더하는 어린아이,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 난장판인 상황에서 사력을 다해 현장에서 지휘하는 단 한 사람. 영화의 모든 것들은 뻔하디 뻔하다. 재난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감성영화에 자주 나오는 가족 구성원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시놉시스도 그렇다. 철 없이 지낸 아들이 국가, 아니 자기 주변의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내용이라니...

 

 시놉시스와 캐릭터들은 너무 뻔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건 '원전사고'라는 가장 가까운 재앙을 이야기한다는 점과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라는 걸 잘 표현했기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를 검색해 보게 된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고 재난의 공포를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다. 재난의 소재부터 현실적이다. 그리고 다른 재난영화가 다 그렇듯이 정부의 허술한 대처가 일을 키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앙과도 같은 재난을 뒤로 미루기 급하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가장 현실적이게 와닿는 부분이 아닌가.

 

 

 

허술한 CG는 연기력으로 매꾼다.

 

 2015년도 영화치고는 기술력 아니 자본력의 부족이겠지.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로 사실 허술한 장면들이 많았다. 가까이서 보면 절박하고 끔찍하지만 멀리서 보면 애니메이션 같다. 원전 터지는 장면 얼마 안 나오더구먼 좀 더 돈 쓰지 그랬나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판도라는 몰입도 좋은 영화다. 영화의 인물들을 나눠보면 정진영 / 김남길 / 문정희+김영애+김주현 이런 식으로 뭔가 상황?을 나눌 수 있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한 CG를 메꿔준다.

 

 김남길 배우의 사투리는 조금 안 어울렸지만 원전 사고 속에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없다.' 이런 메시지를 정말 너무 잘 보여줬다. 그저 조금 철없지만 가족을 위해 잘되고 싶었던 소시민인 '재혁'을 정말 잘 연기했다. 영화의 구성상 김남길이 토해가며 동료들을 구하고 정신없이 방사능에 중독되어 갈 때, 한쪽에서는 김영애/문정희/김주현이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과 함께 대피한다. 김영애 배우는 얼굴만 봐도 애처로운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그냥 보기만 해도 짠해지는 연기, 가슴 아린 연기를 정말 잘하시고, 문정희 배우는 좀 더 자극적인 연기를 잘한다. 좀 더 두려움에 떨고, 좀 더 화내는 연기, 좀 더 눈물 흘리는 연기. 그런 연기가 보는 사람을 상황에 몰입시킨다. 영화의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데, 이 배우들이 전환되는 화면 속에서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화의 결말은 현실에서

 

 저 간호사가 나오던 장면들이 인상 깊다. 신입간호사는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정부의 지원은 없다. 의사도 간호사도 살아야 한다. 아픈 환자들은 계속 들어와 누군가는 뭘 해야 해. 그냥 하는 거다. 보고 느낀 나는 간호사 캐릭터를 이렇게 느꼈다. 그리고 저 사진 익숙하지 않나? 이번 코로나 중국 의사의 절박한 영상 속과 닮은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눈앞에 사람이 죽어가는 재앙. 몇 년 전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될 줄이야. 저 희망 없는 멍한 표정이 인상 깊은 배우였다. 

 

 가장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일본 내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사람들도 점점 무뎌질 수 있지만 기억해야 한다. 방사능 죽는다.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지금 사는 사람도 죽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도 죽이는게 방사능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다른 에너지로 무조건 대체돼야 한다. 이 영화는 그걸 일깨워준다. 그래서 무서운 영화다. 재난이란 장르에 제대로 된 소재였다. 재난 영화에서 재난으로 인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면 그걸로 영화는 목적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

 

 

나는 신파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신파'를 싫어하지 않는다. 사람이면 눈물 나는 포인트들 지겹긴 해도 볼 때는 항상 운다. 그리고 그걸 직격타로 날리는 신파라면 난 딱히 꺼리지 않는다. 신파도 어정쩡하면 별로지만 눈물 한 바가지 쏟는 신파라면 스토리의 구성요소로 나쁘지 않다. 정부는 외면해도 사람들은 일어선다. 나쁘지 않은 메시지다. 영화 속 대통령의 마지막 대사도 어떤 의미로든 인상 깊다. 영화는 뻔해도 몰입감이 좋고 재난 영화에서 재난으로 충분히 공포를 느꼈다면 충분하다. 영화는 부족한 게 많았지만 배우들은 충분히 본인의 역할에서 110%씩 채운 것 같다. 감독의 이전 작품인 '연가시'에 비하면 극적인 연출과 스토리 기승전결이 아쉬웠지만, 마음은 쓰리고 눈물은 나는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다면 당신은 휴대폰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검색할 것이다.

 

  영화의 엔딩이 현실이 되기 전에 판도라를 본 사람들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라.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알고 꾸준히 관심 가져야 한다. 세상 무서워서 살 수가 있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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