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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남아 배낭여행] 동남아 배낭여행을 가자

by 노래영 2020. 2. 3.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동남아 배낭여행을 가자

 

 

 마냥 여행이 멋있어 보였다. 학교 다닐 때 가는 수학여행, 체험학습을 제외하면 딱히 여행을 다닌 적이 없는데 여행에 대한 로망은 꾸준히 갖고 있었다. 땀 흘리는 국토대장정도 멋있고, 남도의 작은 섬에서 깨끗한 바다를 봐도 예쁠 것 같고, 여차하면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어떨까. 그래도 그중에 제일은 동남아 배낭여행이었다. 내 덩치만 한 배낭 하나 매고, 얇은 옷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국경을 넘는 여행, 그리고 그런 내 모습! 엄청 재밌고 멋있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22살의 끄트머리, 동남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모든 걸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 조금 불편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 가다가 힘들면 그냥 주저앉아. 보이는 대로, 끌리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혼자 하는 여행의 재미를 알 수 있고, 힘든 만큼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시간이 주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별거 없을 것 같지만 가는 곳마다 다른 풍경이 있고 그 풍경에 내가 녹아들 수 있다는 것. 여행객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부터 누군가의 생활 일부를 들여다보는 거리들은 새로 울 수밖에.

 

 

 

 

 

여행의 시계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겨우 5시간을 날아온 것뿐인데, 내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새로운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일상의 반복됨이 멀어져서 그런 걸까, 여행은 '여행으로 흐르는 시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망고를 깎는 아주머니, 매캐한 오토바이 매연, 불편한 노상카페 의자, 이런 것들은 좀 더 오래 기억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여행을 하는 내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잠자리가 불편 한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잠에 죽고 못 사는 편인데도 여행에서는 시간이 아까워서 일찍 일어났다. 굳이 밖을 돌아다니진 않더라도, 일찍 일어나 처음 보는 사람들 틈에서 조식을 챙겨 먹으면서 창문 밖을 바라봤다. 옆 건물 창문에서 고양이가 빼꼼 내다보는 것도 좋고, 여행객들이 백팩을 메고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모습, 장사를 하기 위해 푸드 카트를 끄는 모습, 툭툭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등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모두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줬다. 지금도 가만히 앉아서 여행을 생각하면, 조식 먹던 아침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한 채로 먹던 조식은 먹을만했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몸은 편하고 눈으로 보이는 새로운 것들. 여행의 아침은 최고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 사람

 

 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고 하면 단연 하노이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여행 초반 하노이 올드타운을 한참 돌아 다닐 때였다. 건기라 그런지 생각한 것보다 비가 거의 안 와서 긴장을 놓고 있을 때. 항상 그렇듯 방심하니까 비가 쏟아졌다. 손에는 책을 들고 있고 숙소까지는 거리도 있고, 결국 건물 아래에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그냥 비를 맞는 사람들과 우비를 주섬주섬 챙겨 입고, 과일바구니에 비닐을 덮어 씌우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옆 주류 파는 가게 아저씨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라. 그러더니 말 한마디 없이 노란색 의자를 슥~ 하고 주는 거야. 정말 감사해서 깜언을 연달아 말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어. 근데 보통은 이러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도 보고 관심을 갖는데, 이 아저씨는 의자를 쓱 주더니 말 한마디 안 걸고 할 일 하시더라. 그게 너무 인상 깊고 재밌어서 오히려 내가 아저씨 뭐하시나 힐끔힐끔 쳐다봤다. 비가 그치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데도 힐끔 보고 고개만 끄덕이시더라. 되게 쿨한 친절함이었다.

 비 오는 하노이 골목길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의자는 작지만 아저씨가 보여준 친절함은 아주 컸다. 기분 좋게 책을 읽으며 비 오는 하노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한테 하노이는 이런 친절로 기억에 남는 도시가 됐다.

 

 

 

 

 기억 속에 마음 속에 많이 남는 여행을 다녀왔다. 나한테는 좀 더 생생하게 남기기 위한 기록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망설이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행의 준비 과정과 일기 비슷한 것들은 적어 본다.

 내가 꾸준히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첫번째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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